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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인정하기가 갖는 치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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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회 작성일 25-02-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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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근교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단풍이 가을볕을 받아 높은 하늘을 배경으로 빛나며 흔들리는 모습에 벅찬 마음이 되었습니다. 이제 곧 추운 겨울인데 얼마나 추울지 일단 걱정은 접고 앞으로 일 년은 지나야 다시 볼지 모르는, 짧아서 더 아쉬운 아름다운 이 순간을 놓치기 싫어 물리도록 바라봅니다.


몇 년 전 예능프로그램에서의 일입니다. 출연 멤버끼리 둘씩 짝을 지어 서로에 대해 속마음을 털어 놓으면 상대가 무조건 “그랬구나”라고 맞장구를 치며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예능프로이니만큼 호기심에 가까운 가벼운 접근이었고, 진행도 재미에 초점을 둔만큼 잘 되다가도 삼천포로 빠지는 식이었습니다. 그런 과정이 큰 웃음을 가져오기도 했지요. 그러나 그들에게 “그랬구나”가 제대로 전달된 순간의 표정은 그 직전과는 사뭇 달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부부간이건 부모자식 간이건, 마음의 응어리가 어딘가에 오래 맺혀있음을 봅니다. 그리고 그동안 그것이 풀리지 않아왔던 이유는 갈등의 대상이 그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 마디로 “그랬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입니다.


인정하는 것은 상대의 말에 동의해서 만은 아닙니다. 동의할 수 없을지라도 “당신의 입장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겠구나”가 핵심입니다. ‘나’라면 절대 그렇지 않을 텐데 ‘너’의 생각이 아무리 어이없고 답답해도 ‘너’에게는 그게 말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렇게 간단한 말임에도 입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유 또한 있지요. 상대의 입장을 인정하는 순간 ‘내가 틀린 것’이 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틀림’에 걸려들지 않으려고 떨며 살아왔던 것일까요? 입장이 다르니 생각도 다를 수 있는데 말입니다.


아니면 인정을 하게 되면 결국 ‘너’를 괴롭게 했던 것이 내 책임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라 생각돼서 일수도 있습니다. 인정한다고 해서 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아니겠지요. 인정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너’의 감정이 ‘너의 입장에서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나라면 그렇지 않을지라도) 수긍하는 것입니다.


유난히 인정하기가 잘 안 되는 경우는 자신이 지나치게 방어적인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또는 지나치게 실수에 민감한 경우일 수도 있지요. 실수하지 않기 위해 엄청나게 신경을 쓰며 살아왔는데 또 지적을 당하다니 좌절스러운 순간입니다.


두려움 때문에 상대를 고려하지 못했던 것은 매우 인간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에 떠는 대신 상대의 입장에서 느낄 법한 심정을 한 번 짐작해 보세요. 그래서 느껴진다면 “지금 너의 말을 들어보니 그럴 수 있겠다. 그래서 그런 마음이 들 수 있겠다. 그래서 괴로웠겠다”라고 진심으로 말을 건네며 한발 더 나아가 공감해 보세요.


그런 말을 듣는 순간 그 전까지 맺혀있던 응어리는 신기하게 녹아내립니다. 죽기 살기로 서로 옳다고 으르렁 대더니만 응어리진 마음은 녹아서 눈물로 흘러내립니다. 인정하기의 힘입니다.


만약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인정하기’가 가능하다면 아이들은 편안해지고 차분해 질 것입니다. 인정하기는 아이가 느끼는 것을 거짓이거나 잘못이라고 부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의 괴로움이 진실이라는 것을 수용하는 것이고 그것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답니다.


아이가 자기만 옳다고 생각할까봐, 부모를 우습게 생각할까봐 등의 걱정은 접고 이 순간 아이의 심리적 진실에 반응해 보세요. 이 순간에 머무르면 단풍도 하늘도 가족의 존재도 새삼 그것의 고유한 모습으로 보일 것입니다.


* 이 칼럼은 2013년 11월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예술치료사 강서영의‘아하, 그랬구나!’나와 가족의 모습>이라는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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