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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면서 엄마, 그 사이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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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서영심리상담센터
댓글 0건 조회 22회 작성일 25-02-0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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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에게는 엄마가 있거나 있었다. 엄마와의 관계가 좋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우리는 그렇게 누군가의 자식이면서 동시에 부모이거나 언젠가는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우리의 부모를 이해하는 것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리고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자녀나 주변인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중년의 D씨는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상담실을 찾았다.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고 정성을 다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서 관계를 끊어버리고 산다고 했다. 그런데 가족에게서 마저 서운함과 실망을 느끼면서 세상에 자신이 혼자인 것 같다고 했다. 현실적인 어려움까지 겹쳐서 어떻게 돌파해 나가야 할지 막막해 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D씨는 살아오면서 수많은 난관을 잘 넘어왔고, 현재의 어려움도 살펴보면 본인의 어려움이 아니라 함께 사는 식구들의 어려움이었다. 본인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삶을 헤쳐 오면서 자신만의 저력이 생겼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본인은 그걸 모르고 있었고 여전히 주변인이 자신에게 뭔가를 해주지 않아서 이 모양으로 살고 있다는 원망을 반복했다. 피해의식과 분노감정, 또는 연민에 빠져서 자신과 주변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본인이 선하고 이타적이라는 믿음에 싸여있는 사람에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란 무척 곤란한 일이다. 물론 일부 그런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믿음이 자신을 살아가게 했겠지만, 그로 인해 관계가 자꾸만 단절되고 있었다. D씨가 타인에게 하는 행위는 얼핏 보면 매우 헌신적이지만 그런 행동은 상대를 꼼짝 못하게 옭아매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잘 해줬는데 내 말을 안 들을 거야? 내가 이렇게 힘든데 내 사정을 봐 줘야지!’라는 암묵적인 압력이 느껴졌다. 상담자의 말에 감탄하면서 모든 것을 의존하는 동시에 상담의 시간과 내용까지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도하고 싶어 했다.


D씨에게는 무섭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한 엄마가 있었다. 그런 엄마에게 잘 보이고자 애쓰며 성장하느라 정작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었는지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은 무서운 엄마의 희생양인 듯이 여겨왔지만 불쌍한 엄마와 동일시하며 살아온 자신의 모습은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었지만 누군가 의존하고 싶은 대상이 나타나면 그에게 모든 것을 걸고 밀착한다. 그러나 상대가 이에 부응해주지 않으면 좌절하고 상처받으며 내적으로는 엄청난 분노에 휩싸여 그에 대한 응징으로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몸은 독립을 했지만 내적으로는 여전히 부모의 자식으로 살아가는 중이었다. 단지 대상이 엄마에서 가족, 친구 등 주변인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그녀의 또 하나의 다른 모습은 주변인들을 쥐락펴락하는 무서운 어머니이다. 본인은 외로움과 무력감을 말하나 자신의 위압적인 모습은 보려하지 않는다. 이때의 어머니는 개인적인 모성이 아니라 원형적이고 상징적인 특성을 띤다. 모성원형은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한없이 자애롭고 사랑이 넘치는 듯하다가도 자신의 뜻을 거스르면 무자비한 모습을 드러내는 양면성이 있다.


융학파 정신분석가인 지빌레 비르크호이저는 <민담의 모성상>에서 “여성이 자신 속의 어두운 모성을 모르면, 그것의 밝은 측면만을 동일시하는 위험에 이른다. 그런 여성은 파괴적 측면을 발휘하며 살게 되는데 다만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행하게 된다”고 언급한다. 여성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기 안의 두 가지 모성의 측면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D씨 역시 모성과의 동일시로 인해 자기다운 성장을 방해받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우리 모두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만약 그런 자신을 인식할 내적인 힘이 있다면, 자신이 얼마나 주변 사람들을 좌지우지하며 살아가는지를 돌아보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요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은 상대도 원할 거라고 여기며 퍼주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일방적 퍼주기를 사랑이라고 여기다가 상대가 자신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으면 배신감에 잠 못 이루지는 않는지, 그래서 결국은 그 관계를 단절하는 식으로 해왔던 것은 아닌지. 이 모든 과정이 어쩌면 현재의 외로움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심리적으로 독립된 존재로 산다는 것은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게 아니면 우린 살아도 제대로 사는 게 아닐지 모른다.





*이 글에 등장하는 내담자는 특정인물이 아니라 여러 내담자의 전형적인 특성을 조합한 허구의 인물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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